여러분은 글을 쓸 때 어떤 시제를 주로 활용하시나요?
과거형이든 현재형이든 사람마다 선호하는 시제는 모두 다를 겁니다. 각자 선호하는 시제로 원고를 작성하시면 되겠으나, 주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시제의 혼재입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현재형과 과거형을 섞어 쓰는 실수를 하시곤 합니다. 어떤 효과를 야기하거나 특정 규칙에 따라 의도적으로 혼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시제가 혼재되어 있다는 것 자체를 깨닫지 못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시제의 사전적인 의미는 ‘어떤 사건이나 사실이 일어난 시간 선상의 위치를 표시하는 문법 범주’입니다. 즉 시제는 장면의 시간대를 파악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죠. 이렇게 중요한 요소인 시제가 혼재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독자들은 시간대를 명확하게 파악할 수 없을 겁니다.
한 여자가 한 아이를 쳐다보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여자에게는 오래 전 잃어버린 동생이 있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동생과 너무 비슷해 깜짝 놀라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이를 보자마자 매우 놀란다.(현재형) 아이는 그녀의 동생과 무척이나 닮았었다.(대과거형) 아이의 정돈된 머리카락에서 익숙한 샴푸 향이 났다.(과거형) 그녀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과거형)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뜬다.(현재형) 그녀가 숨을 고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과거형) 목소리가 떨린다.(현재형) 아이가 그녀의 팔을 잡는다.(현재형)
많은 분들이 예시처럼 첫 원고를 작성하시곤 합니다. 같은 시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온갖 시제가 혼재되어 있죠? 물론 예시가 짧은 만큼, 시공간을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혼란스럽진 않습니다. 하지만 시제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작가에게 높은 신뢰도를 가질 수는 없을 겁니다.
만약 소설 전체적으로 시제가 혼재되어 있다면 어떨까요? 독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작가에 대한 신뢰도 하락은 물론이고, 시간대를 명확히 파악할 수 없어 글을 이해하는 것조차 어려울 수 있습니다.
소설의 대표적인 시제
현재 시제 : 그녀는 직장인이다. > 현재 그녀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과거 시제 : 그녀는 직장인이었다. > 과거에는 직장에 다녔지만 현재는 다니지 않는다.
대과거 시제 : 그녀는 직장인이었었다. > 과거형과 동일. 상대적으로 더 강한 단절
(본래 한국어에는 대과거 시제가 없습니다. 규칙대로라면 대과거 시제 역시 그냥 과거형 시제로 불러야 합니다. 대과거라는 표현은 영어 문법에서 사용되죠. 다만 시제의 차이를 더 쉽게 알려드리기 위해 부득이하게 ‘대과거’라는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 미리 알려드립니다.)
가장 보편적인 시제 : 과거형
어떻게 시제를 통일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우선은 과거형으로 설정해보세요. 통상적으로 많은 한국 작가들은 과거형 시제를 주로 사용합니다. 작가뿐만 아니라 대중들에게도 더 익숙한 시제죠.
화자가 무슨 일을 했던, 글로 적는 순간 그건 서술된 행위보다 나중에 일어난 일입니다. 과거의 일을 서술하는 것이기 때문에, 현재형보다는 과거형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그녀는 아이를 보자마자 매우 놀랐다. 아이는 그녀의 동생과 무척이나 닮았다. 아이의 정돈된 머리카락에서 익숙한 샴푸 향이 났다. 그녀가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녀가 숨을 고르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아이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시제가 통일되니 어떤가요? 처음의 예시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읽히지 않나요? 만약 원고에서 시재가 어지럽게 혼재되어 있다면 과거형 서술로 통일해볼 것을 권장합니다. 물론 현재형으로 쓰는 작가도 있으나, 더 보편적인 기준에서 드리는 조언입니다. 실제로 시중에 나온 작품을 보시면 과거형 서술이 많다는 걸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진리, 과학적 사실은 현재형으로
과거형 서술로 글을 전개하더라도 꼭 지켜야 할 예외가 있습니다. 보편적인 진리나 과학적인 사실을 이야기할 때는 현재형을 써야 합니다. 이건 시간과 상관없이 늘 지속되는 것이니까요. 이 규칙은 한국어뿐만이 아니라 영어 등 외국어에서도 적용됩니다.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 지금도 지구가 공전하고 있음
지구는 태양 주위를 공전했다: 과거에는 공전했으나 지금은 하지 않음
과거형을 쓰는 순간 사실이 왜곡되어 버리죠? 이 예외는 반드시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대과거형 (ex. 있었었다)
어떤 분들은 현재형과 과거형에 더해 대과거형까지 섞어 쓰기도 합니다. 첫 번째 예시를 다시 살펴보도록 하죠.
아이는 그녀의 동생과 무척이나 닮았었다. (대과거형)
: 과거에 그녀의 동생과 닮았고 지금은 닮지 않음.
여자는 그 아이를 발견한 현재, 아이와 동생이 닮았기 때문에 놀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대과거형을 씀으로써 의미가 완전히 달라졌죠? 시제를 잘못 쓰면 시간대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작가의 신뢰도가 떨어지는 것을 넘어, 아예 의도한 것과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글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자신의 원고에서 시재가 혼용되지는 않았는지 한번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었었-’ 형태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었-’과 ‘-었었-’ 은 둘 다 쓸 수 있는 형태입니다. ‘-었-’과 비교해 ‘-었었-’ 형태는 현재와 비교해 이미 완결되었다는 의미가 더욱 도드라집니다. 즉 단절된 과거를 서술할 때 사용하죠.
하지만 항상 ‘-었었-’을 붙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있었었다’는 가능하지만 ‘했었었다’라는 표현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문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습니다. 간혹 ‘했었었었다’, ‘있었었었다.’와 같이 ‘-었었었-’ 형태를 쓰는 분도 있는데, 한국어에는 ‘-었었었-’ 형태가 아예 없습니다.
작년에는 이곳에 세탁소가 있었다.
작년에는 이곳에 세탁소가 있었었다.
위 두 문장은 모두 사용 가능한 문장입니다. 둘 다 ‘과거에는 세탁소가 있었으나 현재에는 있지 않음’을 내포하고 있죠? 후자에서 단절된 과거라는 요소가 더 강조되기는 합니다만, 두 문장의 의미가 같다면 조금 더 깔끔하게 ‘있었다’라고 적어보세요. 실제로 국립국어원에서도 이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판단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었었-’의 형태는 최대한 지양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단절된 과거라는 점을 이렇게까지 강조할 필요도 없을뿐더러, 가독성이 떨어지는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항상 허용되는 형태가 아닌 만큼, ‘했었었다.’처럼 문법적으로 옳지 않은 문장을 쓰게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대과거형이 필요한 경우
물론 대과거(-었었-) 시제가 필요한 경우도 분명히 존재하긴 합니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다.(-었-)
하늘에서 폭죽이 터졌었다.(-었었-)
첫 번째 문장은 ‘-었-’ 형태이지만 단절된 과거가 아닌,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는 뜻을 내포할 수도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지금도 계속해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죠.
반면에 두 번째 문장은 완벽하게 과거와 현재 상황이 단절되어 있죠? 대과거형을 통해 이런 차이를 명확히 드러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가급적 대과거형이 아닌 과거형을 사용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3줄 요약 정리
1. 시제를 의식의 흐름대로 혼용해서 쓰지 말자.
2. 어떤 시제를 써야 할지 헷갈리면 과거형 시제를 써보자.
3. 대과거형 사용은 신중하자. 과거형으로 적어도 뜻이 같다면 사용하지 않는 편이 더욱 깔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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