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상징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저는 가장 먼저 ‘평화의 상징 비둘기’가 떠오릅니다. 실제로 한 기관에서 국민 천여 명을 대상으로 ‘평화’하면 어떤 단어가 떠오르냐는 설문조사를 했는데, 가장 많은 표를 받은 것이 ‘(하얀)비둘기’였다고 합니다. 아마 여러분의 머릿속에도 다양한 상징이 있을 겁니다.
상징의 사전적 정의부터 짚어보겠습니다. 상징이란 ‘눈이나 귀 등으로 직접 지각할 수 없는 무언가(의미나 가치 등)를 어떤 유사성에 의해서 구상화하는 것(물건이나 동물이나 형상 등)’을 뜻합니다. 오늘은 간단하고 명쾌하게 직유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을 넘어, 조금 더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이미지
여러분은 살면서 무수히 많은 상징을 보셨을 겁니다. 앞서 말한 비둘기뿐만 아니라, 다른 동물들 역시 보편적인 상징성이 있습니다. 염소나 뱀이 악마의 상징으로 쓰이는 경우를 예로 들 수 있겠죠. 염소는 다소 이질적인 생김새로 인해 서양에서 악마로 묘사하는 창작자들이 많았습니다. 뱀은 생김새는 차치하고서라도 오랜 시간 뒤엉켜 교미하는 습성에서 악한 음행에 빗대어지기도 하고, 성경에서 하와를 유혹해 선악과를 먹게 했다는 일화로 인해 악의 근원 취급을 받게 됐죠.
염소
이질적인 생김새, 사람을 잘 따르지 않는 습성(기독교에서 예수를 따르는 무리는 양으로, 그를 따르지 않는 집단은 염소로 구분한 바 있다.)
뱀
뒤엉켜 교미하는 습성 (음행), 성경에서의 역할 (유혹, 교활)
‘악’을 구상화하기 위해 사람의 악행을 줄줄 읊을 수도 있겠지만, 간단하게 상징적인 이미지를 차용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그는 뱀 같은 사람이었다.’라는 문장을 보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악하고 교활한 인물이 바로 연상되지 않나요? 상징을 이용하면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바로 이 상징을 어떻게 자신의 글에 접목할 수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예시 1. 거미와 나비를 이용한 상징
진퇴양난에 빠진 주인공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은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지만 주변에 그를 질책하는 사람이 많아 그럴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직관적인 문장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내 주위를 둘러싼 사람들 때문에 그럴 수 없었다.
은유적인 상징
사람들의 번뜩이는 까만 눈동자에 숨이 턱 막혀왔다. 창틀 구석의 거미줄이 눈에 들어왔다. 하얀 나비가 도망치고자 몸부림치면 칠수록 거미줄이 얇은 날개에 들러붙었다. 나비 주위로 수 마리의 거미가 몰려들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멀리서도 거미의 까만 눈동자가 반짝이는 것이 선명히 보였다.
비교하실 수 있도록 직관적인 문장도 함께 첨부했습니다. 직접적으로 ‘나는 이렇게 힘들다, 나는 이래서 도망갈 수 없다.’라고 쓸 수도 있겠죠. 하지만 자신의 상황을 빗댈 수 있는 이미지를 가져올 수도 있습니다. 거미와 나비를 떠올려보세요. 가장 먼저 거미를 포식자로, 나비를 그 먹이로 연상하게 되지 않나요?
인물은 진퇴양난에 빠진 상태이기 때문에 포식자 앞의 먹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하지만 유사성을 높이기 위해 마지막 문장을 추가했습니다. 바로 처음에는 사람들의 번뜩이는 눈동자를 말하는데, 마지막 문장에서는 거미의 반짝이는(번득이는) 눈동자를 언급하죠.
주인공이 진짜로 창틀의 거미와 나비를 본 건지, 혹은 상상한 건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포인트는 현재 인물의 처지가 거미와 나비를 통해 이미지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예시 2. 십자가를 이용한 상징
주인공이 누군가의 돈을 갈취하고 도망치는 상황이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고 있지만, 계속 도망치는 중이죠.
직관적인 문장
주머니 속의 돈을 움켜쥐었다. 힘없는 노인의 돈을 뺏었다는 죄책감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차마 다시 돌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은유적인 상징
주머니 속의 돈을 움켜쥐었다. 뒤를 돌아볼 때마다 교회의 빨간 십자가가 보였다. 어딜 가도 빨간 십자가가 먼저 나를 따라잡았다. 앞도, 옆도, 뒤도 모두 십자가뿐이었다. 달음박질칠수록 십자가는 내게 점점 가까워졌다.
‘십자가’ 하면 무슨 생각이 드시나요? 십자가는 예수 그리스도의 상징으로, 보편적으로는 구원의 이미지로 사용됩니다. 죄를 짓고 도망가는 인물의 시야에 전봇대도, 슈퍼도, 분식집도 아닌 ‘십자가’가 유독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예시의 십자가는 그의 마음속에 있는 양심을 형상화하는 상징으로 사용했습니다. 인물이 애써 자신의 죄(악)를 외면하려 하지만 십자가(선)가로 인해 양심이 자꾸만 자극되는 거죠.
예시 3.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상징
동물의 습성을 가지고 와 상징물로 삼을 수도 있습니다. 뱀의 교미 습성으로 인해 음행이라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생겨난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는 제목에는 뻐꾸기라는 단어가 들어있죠.
뻐꾸기의 습성
뻐꾸기는 다른 새의 알이 들어 있는 둥지에 알을 낳습니다.(탁란) 알의 수를 맞추기 위해, 어미 뻐꾸기가 원래 있던 알 하나를 먹어버리는 일도 있죠. 뻐꾸기 새끼는 다른 새의 둥지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성장하게 됩니다. 둥지 안의 모두가 다른 종(種)인 것에 비해, 자신만이 뻐꾸기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주인공 맥 머피는 일련의 사건으로 인해 정신 병원에 갇히게 됩니다. 하지만 그는 정신적으로 온전한 상태입니다. 즉 주변의 모두가 정신병을 앓고 있는 것에 비해, 그 혼자만 아무런 병이 없죠.
제목의 ‘날아간 새’에 포커스를 맞춰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서 태어난 것이 아니라, 다른 새(혹은 다른 뻐꾸기)가 뻐꾸기 둥지에서 태어난 것으로 의미를 비튼 해석이 존재합니다. 그 경우, 뻐꾸기 둥지 자체를 정신병원으로, 그리고 그 안에서 홀로 저항하던 주인공(새)이 자유롭게 날아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죠.
혹은 뻐꾸기의 습성에 포커스를 맞춰서 제목의 뻐꾸기가 바로 주인공 맥 머피를 상징한다는 해석도 있습니다. 다른 새의 둥지에 있던 뻐꾸기가 그곳에서 탈출해 자유롭게 날아가는 거죠.
자신만의 상징물을 찾아보기
직관적인 문장은 장면을 명쾌하게 전달합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단정적이다 보니 해석하는 즐거움이 떨어질 수 있겠죠. 은유적인 문장(비유) 혹은 상징은 이미지를 만들어냅니다. 단정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본래의 의미에 새로운 이미지를 부여해 더욱 생생하고 풍부한 독서를 가능하게 만들죠. 하지만 유사성이 떨어지는 이미지를 잘못 사용할 경우, 오히려 글을 혼란하게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문에 처음 글을 쓰시는 경우, 먼저 직관적인 문장으로 의미를 전달하는 법부터 익히라 권장합니다. 글을 계속 쓰며 필력이 붙으면 그때 상징과 은유를 접목하는 편이 적절한 순서라고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이해를 돕기 위해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상징물(뱀, 거미, 십자가 등)을 예시로 말씀드렸습니다. 하지만 보편적인 상징물은 되려 클리셰로 작동할 수도 있습니다. 원활한 이해를 위해 ‘그는 뱀 같은 사람이었다.’라는 문장을 말씀드렸지만, 아마 이런 문장이 쓰인 창작물은 시중에 여럿 있을 것 같다는 우려도 듭니다.
다양한 상징을 찾기 위해서는 주변의 사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살펴보세요. 주인공의 처지(홀로 차별화된 처지)와 유사성(다른 새들에 둘러싸여 성장하는 뻐꾸기)을 가지고 있는 ‘뻐꾸기’를 가져온 것처럼요. 제목부터 ‘뻐꾸기’를 사용해 상징을 더욱 강조했죠?
여러분도 다양한 상징을 찾아보세요. 뱀이나 십자가처럼 보편적인 상징물도 사용해보시고, 여러분만이 떠올릴 수 있는 상징을 적절히 조화해 글을 적으면 이미지가 더욱 풍부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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