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시점 혼재

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시점 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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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여러분은 다양한 시점을 배웠습니다. 이쯤되면 이런 의문이 생긴 분도 계실 겁니다.


‘그렇다면 시점은 꼭 한 가지만 정해 써야 하는 건가?’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 입니다. 어떤 소설은 작품 전반에 특정 시점을 깔고서, 원활한 작품 전개를 위해 다른 시점을 일부 차용하기도 합니다. 물론 시점을 과도하게 혼재할 경우 전체적인 밸런스가 나빠질 수 있겠으나,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한 가지 시점만을 고수해야 한다는 강박은 갖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짧은 분량 안에 다양한 이야기를 전개해야 하는 단편의 경우, 갑작스럽게 시점이 바뀌면 독자가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중·장편의 경우에는 일부 혼재가 들어가도 혼란이 덜합니다. 중·장편이라면 가끔 다른 시점이 침투하더라도 그 패턴이 반복된다면 독자들이 이에 익숙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사람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말씀드린 여러 가지 시점 중에서도 많은 분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시점이 있다면 바로 ‘3인칭 관찰자 시점’인데요, 우선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것이 어떤 시점인지 살펴보겠습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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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칭 관찰자 시점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시각과 가장 비슷합니다. 관객은 서술자(카메라)가 보여주는 정보만 습득할 수 있고, 그 서술자는 인물의 내면을 서술하거나 평가하지도 않습니다. 겉으로 노출된 정보만으로 소설을 전개해야 하므로 다소 난이도가 높은 서술 방식이죠. 


<전지적 작가 시점>과 <3인칭 관찰자 시점>의 차이

한 남자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는 자기혐오가 심한 인물이라는 설정입니다. 어떤 사건을 겪는 중, 그가 정면의 거울을 유심히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그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전지적 작가 시점) 그는 자신이 경멸스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는 거울 속의 자신을 파괴하겠다는 마음으로 거울을 내리쳤다.

(3인칭 관찰자 시점) 그가 별안간 거울을 내리쳤다. 손바닥에 유리 파편이 박혔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전지적 작가 시점이라면 ‘자신이 경멸스러워 자신을 파괴하겠다는 시점으로 거울을 내리쳤다’라며 직접적으로 그의 심리를 서술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관찰자 시점은 서술자가 인물의 내면을 서술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가 자신을 경멸한다는 걸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합니다. 


전후 사정을 잘 서술했다면 거울을 내리치는 행위만으로도 그가 자신을 경멸한다는 걸 알 수 있겠으나, 직접적인 설명이 없다 보니 독자가 그 본뜻을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겠죠? 거울이라는 메타포로 그 심리를 보여줄 수도 있겠으나, 설명이 부족할 경우 그의 심리뿐만 아니라 장면 전체를 이해하기 힘들어져 결과적으로 원고의 개연성을 의심하는 독자가 생길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3인칭 관찰자 시점은 영상 작품으로는 많이 사용되지만 소설에서는 상대적으로 잘 사용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소설에서 3인칭 관찰자 시점이 아예 등장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소설은 이 시점이 가장 걸맞을 수도 있겠죠. 3인칭 관찰자 시점이 가장 적절한 작품에서 글의 원활한 진행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분들에게는 전지적 작가 시점 식 서술을 조금 섞어보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소나기」 = <3인칭 관찰자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1. 밖을 내다보던 소년이 무엇을 생각했는지 수수밭 쪽으로 달려간다. 세워 놓은 수숫단 속을 비집어 보더니, 옆의 수숫단을 날라다 덧세운다. 다시 속을 비집어 본다. 그리고는 이쪽을 향해 손짓을 한다. 수숫단 속은 비는 안 새었다. 그저 어둡고 좁은 게 안 됐다. 앞에 나앉은 소년은 그냥 비를 맞아야만 했다. 그런 소년의 어깨에서 김이 올랐다.  


2. "글쎄 말이지. 이번 앤 꽤 여러 날 앓는 걸 약도 변변히 못써 봤다더군. 지금 같아서 윤 초시네도 대가 끊긴 셈이지. …그런데 참, 이번 계집앤 어린 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글쎄, 죽기 전에 이런 말을 했다지 않아? 자기가 죽거든 자기 입던 옷을 꼭 그대로 입혀서 묻어 달라고…." 


  황순원, 「소나기」, 맑은 소리, 2003 



많은 분들이 아시는 「소나기」를 예시로 가져와봤습니다. 이 소설이 바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서술된 소설입니다. 작가는 소녀와 소년의 행동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심리를 서술하지는 않습니다. 예시에서도 ‘무엇을 생각했는지’라고만 적혀 있고 어떤 심리인지는 말하지 않죠. 


만약 전지적 작가시점이었다면, ‘소년은 수숫단으로 움집을 만들 요량으로’처럼 적을 수도 있었겠지만, 작가는 이를 감추고(무엇을 생각했는지) 행동만으로 심리를 짐작하게 했습니다. 소년은 움집을 만들어 소녀가 비를 맞지 않게 배려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밖에서 비를 맞습니다. 그 모습에서 소녀를 향한 소년의 마음이 드러나죠. 


또한 2번 예시에서 서술되는 옷은 소년과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옷입니다. 그 옷을 수의로 써달라는 것은 소녀 역시 소년에게 깊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이렇듯 「소나기」는 전체적으로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됩니다. 이로써 우리는 그들의 심리를 옆에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그러나 이 소설의 시점이 처음부터 끝까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전개되는 것은 아닙니다. 작품 중간중간 전지적인 작가가 개입해 인물의 심리를 직접 서술하기도 합니다. 즉 전지적 작가시점과 관찰자 시점이 약간 섞인 거죠. 



물 속에 손을 잠갔다. 세수를 하였다. 물 속을 들여다보았다. 검게 탄 얼굴이 그대로 비치었다. 싫었다. 소년은 두 손으로 물 속의 얼굴을 움키었다. 몇 번이고 움키었다. 그러다가 깜짝 놀라 일어나고 말았다. 소녀가 이리로 건너오고 있지 않느냐. '숨어서 내가 하는 일을 엿보고 있었구나.' 소년은 달리기를 시작했다. 디딤돌을 헛디뎠다. 한 발이 물 속에 빠졌다. 더 달렸다.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황순원, 「소나기」, 맑은 소리, 2003



‘싫었다’나 ‘몸을 가릴 데가 있어 줬으면 좋겠다’ 등은 작가가 직접 소년의 심리를 서술한 부분이죠? 앞서 거울의 예시와 비슷하게, 주인공은 물(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래서 물을 움키는(거울을 깨는) 행위 등을 하죠. 이것만으로도 소년의 심리를 짐작하는 독자도 있겠으나, 작가는 중요한 부분에서는 직접 심리를 첨언해줌으로써 장면을 더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계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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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칭 시점은 화자가 볼 수 있는 것만 서술할 수 있다는 제약이 있습니다. 어떤 작가는 1인칭 시점에 전지적 작가 시점 서술을 섞어 이와 같은 제약을 피하려는 경우가 있습니다.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하다가 제약 때문에 집필이 어려워지니 작가(전지적 인물)가 갑자기 개입하는 방식입니다.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는 편의는 취하고 제약은 지키지 않는 태도로 보일 수 있습니다.


3인칭 관찰자 시점과 전지적 작가 시점은 ‘3인칭’이라는 공통점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이질감이 적게 느껴집니다. 그러나 1인칭 시점에서 3인칭 시점으로 바뀌는 건 독자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가급적이면 경계해보세요.





다양한 시점으로 글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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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배운 어느 시점도 장점만 있지는 않았죠? 이건 비단 3인칭 시점뿐만 아니라 다른 시점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여러분은 다양한 시점을 파악한 후 내 글에 가장 적절한 시점을 찾아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더 좋은 글을 쓰고자 하신다면, 모든 시점으로 글을 적어보세요. 1인칭 주인공(혹은 관찰자) 시점, 3인칭 시점(전지적 작가시점,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관찰자 시점) 등 모든 시점을 한 번쯤은 활용해보시는 편이 좋습니다. 내게 익숙한 시점으로만 글을 쓰면 다른 시점의 장단점을 직접 깨닫기 어렵거든요. 


다만 3인칭 관찰자 시점의 경우, 처음 글을 쓰는 습작생에게는 어려울 수 있기 때문에 필요한 장면에서는 전지적 시점을 차용해보시라고 권장드립니다. 



'소설 시점 총 정리 1탄 │ 1인칭 시점 정리' 글쓰기 팁이 궁금하다면?[클릭] 

'소설 시점 총 정리 2탄 │ 3인칭 시점 정리' 글쓰기 팁이 궁금하다면?[클릭] 

'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글쓰기 팁이 궁금하다면?[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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