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일전에 '3인칭 시점 정리' 글쓰기팁을 통해 '전지적 작가시점'에 대해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오늘은 '전지적 작가시점'의 또 다른 갈래인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을 구체적으로 분석해보려 합니다. 


-소설 「듄」의 초반부와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전지적 작가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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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여러분께 가장 익숙한 3인칭 시점은 ‘전지적 작가시점’일 겁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은 작가가 신처럼 인물의 모든 것을 파악해 서술하는 방식입니다. 작가는 전지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사건이 전개되고, 그보다 더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더라도 초점을 옮겨가며 상황을 서술할 수 있습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의 내면 심리뿐만 아니라 과거에 겪었던 사건,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고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잘만 활용한다면 작가가 의도한 바를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죠. 하지만 잘못 활용할 경우, 소설 속 초점이 자꾸만 움직여 작품이 산만해질 수도 있습니다.




폴은 옷을 입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곧 오실 거라는 말에 마음이 들떴다. 황제가 아라키스의 영지를 인수하라는 명령을 내린 후로 폴은 아버지와 거의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유에는 방을 가로질러 L자형 탁자로 가며 생각했다. ‘이 아이가 지난 몇 달을 그렇게 보내다니. 정말 아까워! 너무나 슬프고 아깝구나.’ 그러면서 그는 자신을 일깨웠다. ‘주저해서는 안 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행동은 나의 워너가 짐승 같은 하코넨 놈들에게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야.’


폴이 상의의 단추를 잠그면서 박사가 있는 탁자로 왔다. “여행하면서 제가 공부할 게 뭐죠?”



프랭크 허버트, 『듄 1』, 김승옥 역, 황금가지, 2021




이해를 돕기 위해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서술된 대표적인 소설 『듄』의 일부를 삽입했습니다. 해당 소설의 시점이 산만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예시를 보며 문단마다 초점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느껴보세요. 두 인물은 한 시공간 안에서 대화를 나눕니다.


첫 문단은 ‘폴’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폴의 심리가 묘사되죠. 그런데 바로 다음 문단에서는 ‘유에’라는 인물로 초점이 바뀝니다. 유에가 무슨 행동을 하는지, 그의 심리가 어떠한지 서술됐죠. 하지만 뒤이어 나오는 문단에서는 다시 ‘폴’로 초점이 이동합니다. 


『듄』이라는 작품은 방대한 시공간에서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제각기 사건을 일으키기 때문에 전지적 작가시점이 적절합니다. 1인칭 주인공 시점처럼 제한적인 시점일 경우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기 어렵겠죠. 


유에는 폴을 안타까워하면서도, ‘(배신을) 주저해서는 안 돼’라며 자신을 일깨웁니다. 얼마 후 그는 폴과 그 일족들을 배신하게 되죠. 전지적 작가시점에서는 작가가 모든 인물의 심리를 직접 서술할 수 있기 때문에, 겉과 속이 다른 유에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독자에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지금의 예시를 꼭 기억해주세요!)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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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짧은 단편 소설에 인물이 다섯 명 등장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엑스트라까지 포함하면 그리 많은 인물은 아니죠. 그런데 작가가 그 인물들의 내면에 모두 들어가 서술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독자는 어느 인물에게 집중해야 할지 알기 어려울 겁니다. 더불어 독자가 그들의 심리를 모두 꿰뚫을 수 있다면 긴장감이 떨어질 가능성도 있겠죠.


하지만 3인칭 시점으로 전개하면서도, 전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화자를 따로 선택한다면 어떨까요?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은 전지적 작가시점의 하위 갈래로써, 전지성이라는 장점은 취하면서도 초점이 자꾸 움직여 글이 산만해질 수 있다는 단점은 줄일 수 있는 서술입니다. 1인칭 시점처럼 제한적인 시점으로는 방대한 시공간을 서술하기 힘들겠죠. 하지만 그렇다고 전지적 작가시점처럼 초점이 자꾸만 움직이다 보면 글이 산만해질 여지가 생겨 독자가 어느 인물에게도 집중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항상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밸런스를 찾아내지 못하는 등 제대로 시점을 활용하지 못했을 때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들은 초점 화자를 설정합니다. 초점 화자의 사전적인 의미는 ‘서사에서 시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3인칭 시점을 바탕에 깔아 서술자가 사건을 자유롭게 서술하면서도, 내면 심리에 침투하고 사건을 해석하는 중심인물을 한 명(그 이상이 될 수도 있으나 모든 인물의 내면에 들어가지는 않습니다.)을 정하는 거죠. 즉, 3인칭으로 서술되지만, 특정 인물(초점 화자)의 시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서술입니다.


가장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가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를 읽어보면, 서술자는 결코 해리를 ‘나’라고 서술하지 않습니다. 작가는 이야기 밖에서 사건을 서술하며 ‘해리’, ‘론’, ‘스네이프’, ‘덤블도어’라고 직접 인물의 이름을 부르죠. 하지만 초점 화자는 해리입니다. 작가는 전지성을 가진 인물이지만, 모든 인물의 내면에 침투하지 않고 해리의 시각에서 그의 입장이나 심리 등을 묘사하죠. 물론 해리 한 명의 내면 심리만 하는 것은 아니고, 다른 인물의 심리를 묘사할 때도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의 첫 문장에서부터 작가의 전지성이 드러납니다.




프리벳 가 4번지에 사는 더즐리 부부는 자신들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기이하거나 신비스러운 일과는 전혀 무관해 보였다. 아니, 그런 터무니없는 것은 도저히 참아 내지 못했다.



J.K. 롤링,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1』, 김혜원 역, 문학수첩, 1999




첫 문장부터 더즐리 부부의 내면에 들어갔습니다. 이렇듯 작가(서술자)는 초점 화자 외에 다른 인물의 심리묘사도 하죠. 하지만 모든 시리즈를 읽는다면, 다른 인물들의 심리는 행동에 빗대어 간접적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해 해리의 심리는 정확하게 묘사된 경우가 많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제한적 전지적 시점의 효과

예시를 위해,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에피소드를 가지고 왔습니다. 무디는 호그와트의 교수이고 해리는 그의 제자입니다. 무디는 해리를 여러 차례 도와줬고 해리는 그런 무디에게 호감을 느끼고 있죠. 




무디는 해리가 컵에 담긴 것을 다 마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해리는 켁켁 기침을 했다. 강한 후추향 때문에 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차츰차츰 무디의 사무실이 또렷하게 보였다. 무디의 모습도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무디의 얼굴은 코넬리우스 퍼지만큼이나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무디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해리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해리, 볼드모트가 돌아왔단 말이냐? 확실히 돌아왔느냐? 어떻게 그럴 수 있었지?”


  (중략) 


“호그와트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어요! 여기에 죽음을 먹는 자가 있다구요! (중략)”


해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무디는 다시 해리를 주저앉혔다.


“나는 그 죽음을 먹는 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다.”


무디가 어쩐지 음산한 목소리로 말했다.



 J.K. 롤링, 『해리포터와 불의 잔 4』, 김혜원 역, 문학수첩, 2007





보시다시피 이 글은 ‘해리’, ‘무디’ 등 3인칭으로 서술됩니다. 하지만 시각만은 해리의 것입니다. 해리가 보는 무디의 사무실과 그의 얼굴을 묘사하죠. 해리의 심리는 직접 묘사되지만(목구멍이 타들어 가는 것만 같았다) 무디의 심리는 행동으로만 보여줍니다. (어쩐지 음산한 목소리로) 지금까지 독자는 ‘해리의 시선 속 무디’의 모습만을 봤기 때문에 자연스레 그에게 호감을 느낄 수 있었죠. 이게 함정입니다.


사실 무디는 ‘무디’가 아니었습니다. 바티 크라우치라는 인물이 무디인 척 연기하며 최후의 순간에 해리를 배신할 계획이었죠. 예시에 언급된 ‘죽음을 먹는 자’가 바로 바티 크라우치입니다. 하지만 모든 인물의 심리에 들어가는 ‘전지적 작가시점’이 아니라,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이라 그의 정체를 숨길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그의 정체가 드러났을 때 독자는 해리와 똑같이 충격을 느끼게 되죠. 만약 그냥 전지적 작가시점이라면, 해리가 죽음을 먹는 자를 찾을 때, 그가 속으로 해리를 비웃는 서술을 넣을 수 있었을 겁니다. 


앞서 『듄』과 같은 상황임에도 효과가 완전히 다르죠? 전지적 작가시점인 『듄』에서, 독자는 유에가 폴을 배신할 것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한적 전지적 작가시점인 『해리포터』에서는 무디가 해리를 배신할 것임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물론 작가가 미리 깔아둔 복선을 통해 짐작할 수는 있겠지만, 작가가 직접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전지적 작가시점이지만 ‘제한적’이라는 단어가 붙으면서 분명한 차이점이 생겼죠? 앞으로 여러분이 글을 적으실 때는 각 시점의 차이를 생각해본 후 글을 집필해보세요. 보다 적절한 시점을 활용하여 더욱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글을 작성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소설 시점 총 정리 1탄 | 1인칭 시점 정리' 글쓰기팁이 궁금하다면? [클릭]

'소설 시점 총 정리 2탄 | 3인칭 시점 정리' 글쓰기팁이 궁금하다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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