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제 4의 벽

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제 4의 벽

  

제4의 벽 : 무대와 객석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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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의 벽은 연극에서 파생된 용어입니다.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극작가인 드니 디드로가 주장했죠. 제4의 벽이란 ‘무대와 객석 사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을 뜻합니다. 연극에서 파생된 용어인 만큼, 먼저 연극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연극 무대를 상상해보세요. 본래의 무대는 하나의 방이지만 관객들을 위해 한쪽 벽이 개방되어 있죠. 무대와 관객석에는 보이지 않는 가상의 벽이 있습니다. 이게 제4의 벽이죠. 이 벽을 경계로 관객과 배우는 서로에게 간섭할 수 없습니다. 배우는 관객석 너머를 보면서 대사를 내뱉습니다. 분명 그의 눈에는 관객들이 보이겠지만, 그는 보이지 않는 척하며 자신의 배역에 집중하죠. 관객 역시 무대에 개입하지 않습니다.

 

연극 속에서 경찰이 보석을 훔쳐 간 도둑을 쫓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우리는 경찰이 무대에 등장하지 않는 동안 도둑이 훔쳐 간 보석을 들고 낄낄 웃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관객은 도둑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죠. 하지만 경찰은 알지 못합니다. 배우(경찰)는 무대 곳곳을 쏘다니며 발을 구르고 화를 내죠.

 

경찰 : “도대체 그놈은 어디로 도망간 거야!”

 

하지만 경찰이 도대체 누가 보석을 훔쳐 갔냐고 분통을 터트리는 도중에 관객이 벌떡 일어나 ‘ㅇㅇ가 범인이에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무대와 관객석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는 불문율 때문입니다. 우리는 무대 위에 재현된 이야기를 다소 관음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로 지켜봅니다.

 

무대와 관객석은 완전히 별개의 세상입니다. 연극뿐만 아니라 소설이나 영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그 세상(방) 안에서 웃고 울고 행동하는 주인공을 상상합니다. 독자는 그 세상 속 인물이 아니죠. 그런데 갑자기 원고 속 인물이 제4의 벽을 깨고 독자에게 말을 걸면 어떨까요?

 

 

제4의 벽을 깨트리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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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시대의 희곡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작품(영상, 소설 포함)이 작품과 관객(독자) 사이의 벽을 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베르톨트 브레히트나 패터 한트케 등 몇 극작가가 관객을 수동적인 존재로 놔두는 것이 아니라 극의 일부로 끌어당기기 위해 제4의 벽을 깨트리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경찰과 도둑 이야기를 다시 예시로 가지고 온다면 이렇게 활용할 수 있겠죠.

 

경찰 : “도대체 그놈은 어디로 도망간 거야!(관객을 똑바로 바라보며) 저기요, 거기 아저씨! 그놈이 어디로 갔는지 봤어요?”

 

배우가 관객에게 말을 걸며 극 속에 참여시켰죠? 이제 관객은 단순히 수동적인 관람자가 아니라 극 중에서 벌어진 사건의 ‘목격자’가 됩니다. 적절하게 활용된 제4의 벽은 관객(독자)을 극 속으로 끌어당깁니다.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매체에서 이런 기법이 종종 사용됩니다. 아마 한국인에게 제일 익숙한 장면은 영화 <살인의 추억>의 엔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살인의 추억(2003, 봉준호) 

1980년대, 경기도 화성에서 강간 살인사건이 연쇄적으로 발생합니다. 이에 형사 박두만(송강호 분)은 범인을 잡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말죠. 이후 송강호는 다시 범행 현장에 갑니다. 그때 한 꼬마로부터 얼마 전에도 한 남자가 그곳을 들여다보고 있었다는 말을 듣습니다. 그 남자는 꼬마에게 ‘이전에 자기가 했던 일이 생각나서 다시 와봤다’는 말을 했고, 그걸 박두만에게 말해주죠. 그제야 박두만은 그가 범인임을 깨닫고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합니다. 그 순간, 제4의 벽이 깨졌습니다.

 

<살인의 추억>의 이 마지막 장면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엔딩신 중 하나로 회자 되고 있죠. 실제로 봉준호 감독은 범인이 이 영화를 보러 올 것이라 생각하고 ‘어디선가 보고 있을 범인에게 던지는 메시지’로써 이 장면을 넣었다고 합니다. 제4의 벽을 깨고 일반 관객들 사이에 앉아 있을 범인을 노려보며 직접 경고하는 거죠.

 

 

에놀라 홈즈(2020, 해리 브레드비어)

 작년(2020) 넷플릭스에서 <에놀라 홈즈>라는 영화가 공개되고 크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에놀라 홈즈>는 에놀라가 사라진 엄마의 행방을 찾는 영화입니다. 에놀라는 러닝타임 내내 시청자에게 말을 걸고, 심지어 관객(카메라)에게 익살스럽게 윙크를 날린 후 다시 극으로 들어가기도 합니다. 에놀라는 사라진 엄마에게 보낼 암호문을 만들어 엄마가 잘 읽는 신문에 게재합니다. 보통의 영화라면 주인공이 혼잣말을 하거나 누군가와의 대화 혹은 내면 나레이션으로 이렇게 말할 겁니다.

 

[암호문을 개인 광고란에 실었다. ‘폴 몰 가제트 신문’이라면 엄마가 반드시 보겠지.]

[(극 중 인물에게) “암호문을 개인 광고란에 실었어! ‘폴 몬 가제트 신문’이라면 엄마가 볼 거야!”]

 

…처럼요. 하지만 이때 에놀라는 뒤를 돌아 카메라를 응시한 채 관객에게 말합니다. 관객은 단순히 영상 속에 재현된 이야기를 보는 것이 아니라, 마치 에놀라와 함께 엄마를 찾기 위해 동행하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을 주죠.

 

[이런 암호를 개인 광고란에 실었어요. ‘폴 몰 가제트’ 신문은 엄마가 좀처럼 거르지 않죠.]

 

<에놀라 홈즈>가 공개된 후, 많은 분들이 제4의 벽을 깨는 소설에 도전하기 시작했습니다. 극 중 인물이 독자에게 말을 걸고 질문을 하고 심지어는 화를 내기도 하죠. 하지만 만약 여러분이 원고에서 제4의 벽을 깨트리려 한다면, 상대적으로 소설은 다른 매체에 비해 이 벽을 깨는 경우가 더 드물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활자로만 독자를 몰입시켜야 하는 소설과 다양한 시각 매체나 무대장치가 결합 된 영상 및 희곡은 장르가 다른 만큼 제 4의 벽을 깨는 것의 효과가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만약 소설에서 제4의 벽이 깨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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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덜 떨리는 손으로 총을 감싸 쥐었다.

나무판 너머에서 나를 찾는 범인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세게 뛰었다.

이제 남은 탄환은 단 세 발뿐이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과연 내가 이곳을 탈출할 수 있을까?

 

위와 같은 소설이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주인공이 극 중 누군가를 ‘당신’이라고 떠올릴 수도 있겠으나 예시의 ‘당신’은 독자입니다. 주인공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해있습니다. 그 순간 주인공이 독자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앞에서는 우리에게 익숙한 서술이다가 갑자기 제 4의 벽이 깨져버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누군가는 흥미롭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으나, 어떤 독자는 자신을 잊고 작품 속 세상에 몰입해 있다가 ‘아, 맞아. 내가 지금 읽고 있는 건 소설이지.’라는 생각에 작품과 독자의 거리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소설은 활자만으로 독자를 몰입하게 만들어야 하므로, 갑자기 제4의 벽이 깨져 문체가 바뀌면 몰입도가 흐트러져 감정 이입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제4의 벽의 단점 역시 존재한다는 걸 생각하는 편이 좋겠습니다.

 

지금 이 원고를 읽는 분 중에도 분명 글ego 책쓰기 수강생분들처럼 <에놀라 홈즈>(혹은 그 외 다른 작품들)를 보고 제4의 벽을 깨트리려 시도를 하는 분이 계실 겁니다. 하지만 무작정 시도해보기 전에, 다양한 매체에서 제4의 벽이 어떻게 활용되었나 생각해보시고 자신의 글에 가장 적절한 서술 방법을 찾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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