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화]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맥거핀

소설에 적용하는 문학 이론 │ 맥거핀


지난번에 이야기했었던 체호프의 총, 기억나시나요?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는 것들은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 예를 들어 1장에서 총을 소개했다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쏴야 하며, 만약 쏘지 않을 것이라면 과감하게 없애버려야 한다.” - 안톤 체호프

 

쉽게 말해 ‘발사되지 않을 총이라면 등장할 필요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특정 요소(소재)를 강조해 소개했다면 그것은 반드시 활용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어떤 작가는 일부러 중심 줄거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요소를 강조하기도 합니다. 이걸 맥거핀이라고 합니다. 언뜻 보면 ‘체호프의 총’ 규칙에 맞지 않는 요소처럼 느껴지죠. 하지만 이 두 개는 엄연히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는 ‘맥거핀’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 분도 계실 겁니다. 오늘은 바로 이 맥거핀이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이 잘 활용되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차이에 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맥거핀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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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의 사전적 의미는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입니다. 즉 작품 줄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더라도, 극의 동기를 유발하고 관객의 긴장감흥미를 일으킬 수 있는 속임수(미끼)입니다. 유명 영화감독인 알프레드 히치콕이 자신의 작품에서 사용함으로써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두 남자(A와 B)가 스코틀랜드로 기차를 타고 갔다.

 

A : “선반 위에 있는 저 꾸러미는 뭡니까?”

B : “아 저거요. 맥거핀입니다”

A : “맥거핀이라뇨?”

B : “그건 스코틀랜드 고지대에서 사자를 잡는 장치입니다”

A : “이상한 일이군요. 스코틀랜드 고지대에는 사자가 없는데요?”

B : “아, 그래요. 그럼 맥거핀은 결국 아무것도 아니군요.”

  

히치콕이 맥거핀을 설명하면서 든 예시입니다. 여기서 맥거핀은 정말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닙니다. A와 B는 ‘맥거핀’이라는 것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죠. 맥거핀(예시의 꾸러미)이 A의 시선을 끌어 두 사람이 대화를 시작하게 만드는 열쇠 역할을 했습니다.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한 것입니다. 


작가(감독)는 맥거핀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극에 동기를 부여하거나 혹은 어떤 중요한 요소처럼 등장하지만, 극이 전개되면서 자연스럽게 퇴장하는 장치죠.

 

 

가장 대표적인 맥거핀, 영화 <싸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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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싸이코, 1960>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히치콕의 영화 <싸이코, 1960>에서 사용된 맥거핀이 가장 유명한 사례입니다. 영화 <싸이코>에서는 마리온이라는 여자가 등장합니다. 그녀는 일련의 이유로 400만 달러를 훔쳐 달아나게 됩니다. 카메라는 마리온이 신문지로 돈을 싸는 장면을 클로즈업해 강조합니다. 마리온이 돈을 가지고 도주하는 장면 역시 굉장히 긴박감 있게 연출됐죠. 마리온은 불안감에 떨며 도망치다가 한적한 모텔을 발견하고 그곳에 투숙합니다. 이때 관객은 아마 마리온이 이 영화의 주인공이고, 저 400만 달러로 인해 어떤 사건이 터지리라 생각하게 될 겁니다. 하지만 곧이어 그 예상은 빗나가게 됩니다. (맥거핀) 마리온은 모텔 주인인 노먼 베이츠에게 살해당합니다. (그 유명한 샤워실 살해 장면이 이 영화에서 나왔습니다.) 그제서야 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는 노먼 베이츠와 그가 벌인 살인극에 대한 이야기였다는 것이 밝혀지죠.


여주인공인 줄 알았던 마리온은 단순 조연이었습니다. 처음 등장한 400만 달러도 더는 중요하지 않죠. 이 400만 달러가 바로 맥거핀입니다. 이제 노먼 베이츠에게 극의 바통이 넘어간 거죠. 앞서 맥거핀의 정의를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중심 줄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극적 장치, 그러나 이야기의 전개에는 영향을 미친 요소’로 사용됐죠? 즉 돈다발은 극의 주 무대(노먼 베이츠가 운영하는 모텔)로 관객을 이끌고, 마치 중요한 요소처럼 관객을 교란한 후 사라지는 미끼였습니다.

 

잘 활용된 맥거핀은 긴장감을 이끌어냅니다. 독자(관객)가 가지고 있는 기대심리(ex.“저 돈다발로 인해 무슨 일이 벌어질까?”)를 배반해(사실 중요한 것은 돈이 아니라, 돈을 훔친 여자가 모텔로 몸을 숨기며 촉발되는 사건) 오히려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만드는 거죠. 함정을 깔아 독자의 뒤통수를 친 후 더욱 작품에 몰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맥거핀은 사람이든 물건이든, 혹은 그 외의 어떤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맥거핀을 설정하기 전에 생각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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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거핀의 의미 자체를 오해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언뜻 보면 맥거핀은 ‘체호프의 총’의 규칙을 어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체호프의 총은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라면 무자비하게 버려야 한다고 했는데, 맥거핀은 중요한 것처럼 등장하지만 실제로는 중심 줄거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니까요.

 

오늘 소개했던 체호프의 총과 싸이코의 스토리를 섞어 직접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정확한 예시를 위해 마리온이 그곳에서 몇 달간 투숙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마리온이 투숙하는 모텔방 침대 밑에 총이 숨겨져 있었고 그녀가 그걸 발견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어떤 기종이고 외양은 어떠한지 세세하게 묘사되었습니다. 어느 날 으슥한 새벽에 노먼 베이츠가 방에 들이닥쳐 마리온을 살해하려고 합니다.

 

1. ‘체호프의 총’ 규칙을 어긴 경우 : 사실 그건 장식용 총이었고, 마리온은 그 총을 떠올리지도 못했다. 그냥 주위에 손에 잡히는 걸로 반격했다.

2. ‘체호프의 총’ 규칙을 지킨 경우 : 그 총을 발사해 반격했다.

  

많은 분들이 1번의 경우를 맥거핀으로 착가합니다. ‘언젠가 발사될 총처럼 등장했지만, 사실은 글의 진행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으니 이게 바로 맥거핀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닙니다. 여기에서 총은 정말로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총으로 극의 주 무대로 관객을 이끄는 등 이야기의 동기를 유발하는 장치도 아니고, 이야기를 계속 진행하게 만드는 요소도 아니죠.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것도 아닌 그저 잊혀져버린 요소입니다.


1. 작가가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인가?

2. 이야기에 동기를 부여하거나 진행시키는 요소인가?

3. 이야기가 진행되며 그 존재가 자연스럽게 사라지는가?

 

원고를 다 집필하신 후에는 활용된 맥거핀이 과연 적절하게 기능했는지 생각해보세요. 맥거핀은 위 3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그저 설정해둔 요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주세요.

 

 

스스로 질문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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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어떤 요소나 소재를 부각해 서술하지는 않았나요?

(체호프의 총 : ‘1장에서 총을 소개했으면 2장이나 3장에서는 반드시 총을 발사해야 한다.’)

 

2. 만약 글의 흐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면 혹 작가가 의도적으로 맥거핀을 상정해 넣은 장치일까요?

 

3. 이 맥거핀이 적절하게 기능하고 있나요?

(동기나 서스펜스를 유발하나요?, 존재감이 자연스럽게 사라지나요?)



퇴고하기 전 스스로 질문을 해보며 원고를 다듬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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