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군더더기를 지워라! | 독자에게 호평 받는 문장 작성법

깔끔한 에세이 쓰는 법

문장의 군더더기를 지워라! 



   한국에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가 많아도 그것들을 제대로 엮지 않으면 제 값어치를 하지 못한다는 뜻이죠. 우리가 구슬과 보석을 꿰어 팔찌를 만들었는데 길이가 너무 길면 정작 손목에 착용할 수도 없을 겁니다. 서로 어울리지 않는 색감의 구슬이 연달아 엮여 있으면 미적으로 보기 좋지 않겠죠. 중심 펜던트가 하나만 있어야 포인트가 되는데, 동일한 재료가 연달아 달려 있다면 너무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문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상적인 표현을 떠올려 놓고도 그것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면 그 문장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문장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간결하게 쓰기’라는 말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글ego에서 여러분께 제시하는 두 번째 팁은 ‘반복을 피하라’입니다. 우리는 흔히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강조하고자 같은 표현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는 문장은, 중심 펜던트가 마구잡이로 달린 팔찌와 다를 바 없습니다. 아름답기보다는 외려 지저분해 보이죠. 이게 바로 군더더기입니다. 이런 군더더기를 쳐주는 것만으로도 깔끔한 에세이 쓰는 법에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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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더더기를 지워라.     


예시 - 군더더기가 있는 문장

시장이 주민들을 위해 그간 행했던 모든 것을 주민 모두가 아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그런 것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시장이 그간 시행한 행정들을 주민 모두가 알지는 못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위 문장에는 같은 표현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모든’ ‘모두가’ 뿐만 아니라, ‘것’이 세 번이나 등장하죠. 시장이 ‘행했던 모든 것’을 행정이라는 표현으로 바꾸고 반복되는 표현을 지웠습니다.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라는 문장을 그대로 써도 되지만, ‘개의치 않았다’라는 간결한 유의어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예시 - 군더더기가 있는 문장

지희가 아무도 예상치 못하게 갑작스럽게 전학을 가버려 우리 반 아이들 모두가 슬퍼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지희가 갑자기 전학을 가버려 우리 반 아이들 모두 슬퍼했다. 

   예상치 못했다는 것 자체가 갑작스럽다는 뜻입니다. 언뜻 사소해 보일지는 모르지만 비슷한 뜻이 연달아 반복되는 게 바로 군더더기입니다. ‘예상치 못하게’라는 군더더기를 삭제했습니다. 또한 위 문장에서는 한 문장 안에 ‘지희가’ ‘모두가’처럼 ‘-가’라는 표현이 반복되고 있죠. 반복되는 표현도 보다 깔끔하게 다듬을 수 있습니다.     


예시 - 군더더기가 있는 문장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나 웃으며 언제 같이 밥 한번 먹자며 너스레를 떨며 밝게 말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그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언제 같이 밥 한번 먹자고 너스레를 떨며 밝게 웃었다.         

   위 문장에서도 ‘웃으며’ ‘먹자며’ ‘너스레를 떨며’처럼 ‘-며’로 끝나는 구절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같은 단어를 반복하는 것만이 군더더기가 아니라, 비슷한 구절이 반복되는 것 역시 에세이 쓰는 법에 있어서 군더더기가 될 수 있습니다. 


   ‘밥 한 번 먹자고’라는 표현에서 주어인 ‘그’가 말을 했음이 드러나죠. 굳이 ‘말했다’라는 말을 넣지 않아도 의미가 통합니다. 말했다는 동사를 빼고, 상대적으로 앞에 배치되어 있던 ‘웃으며’라는 동사를 뒤에 놓으니 훨씬 문장이 깔끔해지지 않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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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군더더기. ‘겹말’     



    겹말의 뜻은 ‘같은 뜻의 말들이 겹쳐서 된 말’이라는 뜻입니다. 겹말은 주로 한자어와 순 우리말이 조합된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가 주로 어떤 겹말을 사용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예시 - 겹말이 사용된 문장

마감이 가까이 임박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마감이 임박했다. / 마감이 가까워졌다.    

   임박(臨迫)은 어떤 때가 가까이 닥쳐온다는 뜻입니다. 임박이라는 단어에 ‘가까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음에도 또 같은 표현이 들어갔죠? 이게 바로 군더더기이고 겹말입니다. 두 표현 중에 하나만 사용하시면 됩니다.     



예시 - 겹말이 사용된 문장

이력서에 간단한 약력을 적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이력서에 약력을 적었다. / 이력서에 간단히 이력을 적었다.    

약력(略歷)은 간단/간략하게 적은 이력이란 뜻입니다. 이미 ‘간단히’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죠? 한자어를 풀어써주시면 됩니다.     



예시 - 겹말이 사용된 문장

그는 오랜 방황 끝에 고향으로 귀향했다.

예시 - 깔끔한 문장    

그는 오랜 방황 끝에 고향으로 돌아갔다. / 그는 오랜 방황 끝에 귀향했다.   

 귀향(歸鄕)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돌아온다는 뜻입니다. 위 표현에서도 한자어에 ‘고향’이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습니다. 이 역시 귀향이라는 동사를 단독으로 사용해주시거나, 순 우리말로 풀어서 써주세요.     



예시들 모음

계속 속행했다. => 속행했다는 동사에 ‘계속해서 행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계속 이어졌다. => 이어졌다는 동사에 ‘끊어지지 않고 계속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갑자기 격변했다. => 격변하다는 동사에 ‘상황 따위가 갑자기 심하게 변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시험에 응시하다 => 응시하다는 동사에 ‘시험에 응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간략한 약도 => 약도는 ‘간략하게 줄여 주요한 것만 대충 그린 도면이나 지도’라는 뜻이고, 이미 간략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만나서 면담하다 => 면담하다는 동사에 ‘서로 만나서 이야기하다’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썼던 표현들이죠? 자못 사소해 보이지만, 겹말이 섞인 문장으로 원고 전체가 이루어져 있다면 어떨까요? 문장이 무거워지고 같은 말을 반복해서 읽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되겠죠. 지금까지 별생각 없이 썼던 표현을 다시 한번 읽어보며 의미를 파악해보세요. 군더더기를 발견해 솎아내는 것만으로도 문장이 훨씬 가벼워져 가독성이 좋은 에세이 쓰는 법에 가까워 질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해주세요.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 했습니다. 마구잡이로 구슬을 꿰는 것이 아니라 장식과 색감이 적절하게 조화되어야 아름다운 보배를 만들어 낼 수 있겠죠? 부디 여러분들이 서 말의 구슬을 잘 꿰길 바랍니다.